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내 이야기다. 분명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책을 읽기도 싫고, 청소를 하기도 싫고, 밀린일을 처리하기도 싫다. 심지어 평소에 좋아하던 드라마나 영화도 틀어놓기 귀찮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튜브는 본다.
누가 보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쇼츠를 넘기고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을 누르고, 하나만 보고 끄려고 했는데 어느새 30분 1시간이 훅 지나가 있다.
더이상 재미있어서 보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은 계속 다음 영상을 누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서도 유튜브는 계속 보게되는 걸까.

유튜브는 시작이 너무 쉽다.
무언가를 하려면 보통 준비가 필요하다.
운동을 하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책을 읽으려면 집중할 마음을 잡아야 하고, 블로그 글을 쓰려면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는 다르다
그냥 첫 페이지에 뜬 영상 중에 마음에 드는걸 누르면 된다.
준비도 필요없고, 집중도 필요없고, 큰 결심도 필요없다. 영상은 이미 추천되어 있고, 썸네일은 자극적이고, 제목은 궁금하게 만들어져 있다. 내가 할일은 그저 클릭하는 것 뿐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 사람은 에너지가 적게 드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런 상태에서 유튜브는 가장 쉬운 선택지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유튜브 앱을 열게 된다.
짧은 영상은 부담이 없다.
유튜브를 계속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영상 하나하나가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거 하나만 봐야지
3분짜리니까 괜찮겠지
쇼츠 하나만 넘겨 볼까
이렇게 시작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그 하나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알고리즘의 다음 선택
예전에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찾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가 알아서 다음 영상을 보여준다.
내가 여행 영상을 보면 여행 영상이 나오고, 강아지 영상을 보면 강아지 영상이 이어진다. 내가 선택해서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추천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사람은 선택할 때도 에너지를 쓴다.
그런데 유튜브는 그 피로를 줄여 준다. 내가 뭘 볼지 고민하기 전에 이미 다음 선택지를 눈 앞에 놓아준다. 그래서 머리가 피곤한 날일수록 유튜브가 편하게 느껴진다.
유튜브는 작은 보상을 계속 준다.
유튜브에는 작은 자극이 계속 이어진다. 웃긴장면, 궁금한 이야기, 예쁜 풍경, 자극적인 제목, 누군가의 일상.
큰 만족은 아니지만, 짧고 빠른 보상은 있다. 그래서 긴 집중이 필요한 일들이 상대적으로 더 귀찮아진다. 글쓰기, 운동, 독서, 공부는 시간이 걸리지만 유튜브는 즉각적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이런 즉각적인 자극이 더 쉽게 손에 잡힌다.
문제는 유튜브가 아니라 멈추지 못하는 나의 상태이다.
보고난뒤 기분이 좋아지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적당한 시간 안에 끌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보고난 뒤 허무하고, 시간이 사라진 것 같고, 해야할 일이 더 밀렸다면 사용 방식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줄이려면 의지보다 구조가 필요하다.
유튜브르 ㄹ줄이려고 할 때 단순히 내일부터 안 봐야지라고 생각하면 실패하기 쉽다. 유튜브는 오래 보도록 설계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구조를 바꾸는 편이 낫다.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기, 쇼츠를 보기 전에 타이머 맞추기, 유튜브를 열기 전에 아주 작은 일 하나만 먼저하기.
예를 들면 이렇다.
글 하나만 써야지-가 아니라
제목만 써야지
운동해야지-가 아니라
운동복만 입어야지.
이렇게 시작의 문턱을 낮추면 유튜브가 차지하던 자리에 다른 행동이 조금씩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