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 (수화로) 그분은 잘 계시고?
이지안 :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 : 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이지안 : (눈물을 닦으며..) 응, 잘 계셔.
할머니 잘 계시냐고도 물어보셨어.
그분이 나 밥도 잘 사주고 ,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셔. 그 분 아마 승진하실 거 같아.
할머니: 근데 왜 울어?
이지안 :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서..
박동훈 : 안 쓸쓸하냐?
겸덕 : 쓸쓸은.. 맨날 말하잖냐
여기도 사람 사는데라고..
박동훈 : 학력고사 만점에 뭐라도 됐을 놈이..
겸덕 : 아휴.. 그놈의 만점 이야기 좀 그만해라.
여기서도 그 이야기 아주 지겹다.
너는 어떻게 지내는데?
박동훈 : 망했어.. 이번 생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한숨)
겸덕 : 생각보다 일찍 무너졌다. 난 너 한 60은 돼야
무너질 줄 알았는데..
내가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는데
결정타가 너였다.
이 세상에서 잘 살아봤자
박동훈 저 놈이다.
드럽게 성실하게 사는데 저 놈이 인생에서
모법 답안일 텐데 막판에 인생 더럽게
억울하겠다.
박동훈 : (피식하고 웃는다)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나 싶었는데...
겸덕 : 희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니가 6.25 유공자냐? 임마! 희생하게..
열심히 산거 같은데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 한테 말해봐라 ,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드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 어떤 부모가 ?
아니 누가 누구한테..?
그지 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임마.
박동훈 : 다들 그렇게 살아
겸덕 : 아이구 , 그럼 지석이도 그렇게 살라 그래.
그 소리에 눈에 불나지?
지석이한테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테는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라는 단어는 집어치우고
상훈이 형하고 기훈이 별 사고를 다쳐도
어머니 두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시는 것은 못 봤다.
그놈의 쇠끼들 매일 욕하셔도
마음 아파하시는 거 못 봤어.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너 때문에
마음을 졸이시지..
상훈이 형하고 기훈이는 뭐 , 뭐 어떻게
망가져도 눈치 없이 뻔뻔하게
잘 살 것을 아시니깐.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박동훈 :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
박동훈 : 그놈이 또 못 살게 굴면 그때 바로 전화해.
그 동네 니 전화에 달려 올 인간 30명은 넘어
100명 오라고 하면 100명도 와.
그 동네가 그래.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어.
그냥 다 아는 사이야.
우리 형수는 나랑 동창이고, 전화하면 달려갈
사람 많아. 아무 때나 불러.
맞고 살지는 말자.
성질난다.
이제 너도 좀 편하게 살아.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거 먹고
회사 사람들하고도 같이 좀 어울리고
친해둬서 나쁠 거 없어
이지안 : 사람 죽인 거 알고도 친할 사람이 있을까..
멋 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애인지
알고 나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되나..
박동훈 :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 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글 로서 느끼는 감동도 있지 않을까 해서
영상은 가져오지 않았다.
나는 내가 적어 놓은 이지안과 박동훈의
대화만 보면 위로도 되고 슬픈 마음도 든다.
넷플릭스
끝